2011년 10월 16일 일요일

야마토

야마토.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1941년에 취역하여 1945년에 침몰한,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포를 가지고 있었던 거대 전함.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적인 망령.
'세계에서 가장 크고 거대한' 상징적 의미로써, '세계최고' 가 되고 싶은 일본인들의 잠재의식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그것이 발현된 예이다.
그러한 상징성 때문에, 별다른 성과도 이루지 못한채 침몰한 거함 '야마토' 에 대한 일본인들의 애착은 상당하다.

이 실사영화 이전에 애니메이션이 있었다고 한다.
맛뵈기로 본 애니메이션으로 대략 가늠해보면..
이번 실사판 영화에 대한 대부분의 평가가 악평이 대부분인 이유를 알것 같다.
얼핏봐도 애니메이션 작품이 상당히 수준이 높아 보이기 때문에, 그 감동을 간직한 매니아 들에게는 이번 실사판 영화가 성에 찰리가 없을것 같다.

아무튼, 원작 애니메이션을 배제하고, 실사판 영화 자체만으로 평가를 내려보자.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괜찮게 나온 작품인것 같다.
전투기의 전투장면이라던가, 실사와 CG의 어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결합, 전함 야마토의 전투장면이나 포격 장면이 제법 멋있다.
이런 느낌이라면, 미국영화 '스타워즈' 같은 느낌도 얼핏 드는데, 일본에서 만들어진 영화는 미국영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비슷한 장르이긴 한데,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나 군국주의 문화를 업어가서 미국식으로 해석한 스타워즈와 달리, 일본은 오래전부터 여러 종류의 스페이스 메카닉 애니메이션들이 있어왔기 때문에, 미국의 그것과는 완연히 다른 색다른 분위기와 색깔을 가지고 있다.

어릴때부터 일본의 무수한 메카닉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온 세대로써, 이번의 실사판 영화의 등장은 가슴을 설레게 하는 부분이다.
동양의 문화를 미국식으로 버무려 이상하게 만들어버린 스타워즈 보다는 좀더 익숙하다고나 할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승무원들의 복장을 보면 은근히 '독수리 오형제' 같은 약간은 한물간 촌티패션이 배어나오긴 하지만, 그런 복장이야말로 일본 메카닉 애니메이션에서 줄곧 고수해오던 복장이라 그 촌티 마저도 정겹게 보이긴 했다.

거대한 전함안의 풍경들도 제법 멋지게 묘사되었고, 마크로스의 비행기나 Z건담의 가변형 모빌슈츠 같이 비행기 앞부분이 꺾이는 비행체의 모습도 이채로웠다.
일본의 실사판 영화에서 이런 스타워즈 급(?) 영화를 만들어 내었고, 그것이 그럴싸 했다는 점에서는 인정해주고 싶다.
새로운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랄까.
물론, 이미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훨씬 거대하지만 실사판 영화에서는 일부 매니아들의 지지를 받는 수준이었다고 봐도 무방하겠는데, 이 영화를 통해 좀더 보편적인 가능성을 열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

겉으로 크게 들어나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가능성' 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촌티' 와 '신파' 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제법 스페이스 판타지 영화에 어울릴만큼 디자인 면에서도 좋아졌다고 볼 수 있겠으나, 여전히 고전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징적인 복장들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가 상당히 신파 성향이라는 점이다.
기무라 타쿠야의 연기는 훌륭했다.
하지만, 일본 영화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철저히 짜여진듯한 연극무대에서 연기하는 듯한 배우들의 연기나, 일본 영화에 대해 철저히 호불호가 갈리게 만드는 바로 그 '신파' 가 여전히 존재한다.
여자를 위해서 야마토 전함 전체의 위험을 뒤로한체 여자를 구하러 가고, 그 여자가 외계행성에서 감염(?)되어 중요한 존재가 되고, 또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다른 등장인물도 희생정신이 투철하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떠나지 않으려는 여자와 보내려는 남자의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햐... 이런게 '신파' 구나 싶게 되새김질 시켜주고 있다.

여러가지 면에서 상당히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고(원작과 비교하지 않고 볼때), 제법 그럴싸한 결과물이 나왔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야마토' 라는 상징이 가지는 '제국주의 망령' 을 떠올리면 그다지 달갑지는 않다.
어느나라이건, 세계를 제패하고 싶고, 세계 최고로 인정을 받고 싶겠지만, 일본은 수많은 주변국들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망가뜨린 나라다.
독일과 달리,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반성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으며, 호시탐탐 신 제국주의를 부르짖는, 태생부터가 다른 나라.

태평양 전쟁당시, 수많은 일본인들에게 상징적인 전함이었던 야마토의 모습을 이 영화는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원작 애니메이션도 비난을 빗겨 갈수는 없으리라.)

이 영화의 대략의 내용은 이렇다.(스포일러)-----------
어느날, 알수없는 외계생명체가 지구를 공격한다.
그로인해 지구의 방사능 수치가 올라가게 되고, 지하로 숨어든 인간들의 생존의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외계로부터 이상한 물체가 떨어지고, 그 물체에는 '파동포' 와 '워프' 에 대한 설계도가 들어있다.
이것을 기초로 인간들은 우주전함 야마토를 만든다.
앞으로 1년.
이대로 가면 전 인류는 멸망이다.
일본 군부에서는, 그들에게 신호를 보낸 행성에 가면 방사능을 없애는 기계를 가질수 있을꺼라는 희망을 사람들에게 심어준다.
야마토에 탑승한 일행들은 외계인들과의 전투를 치르며 외계 행성으로 향하고,
우여곡절 끝에 그 행성에 당도해, 방사능을 없애는 기계(?)를 구하지만, 지구에 도착했을때는 외계인들이 지구에 대한 마지막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주요 인물들을 내보내고 주인공 혼자 남아 자폭함으로써 외계인들을 섬멸한다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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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샷-------------

우주전함 야마토

레고로 만든 우주 전함 야마토. 

전쟁은 땅 위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하늘과 바다에서도 목숨을 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섬 나라 일본은 오래 전부터 해군력을 키우는 데 힘을 실었다(사실상 섬인 우리나라는 육군 병력 60만 유지를 고수하며 공군과 해군을 찬 밥 대접하고 있다. 한심할 따름이다.). 핵 폭탄 두 방에 찍 소리 못하고 항복해버렸지만 미국과 맞짱 떴던 일본. 대구경 함포를 탑재한 커다란 함정 하나면 바다만큼은 확실하게 지배할 수 있었기에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전함을 만든다. 그게 야마토다.

1934년 건조 계획과 동시에 설계에 들어가 1937년 11월에 쿠레 해군 기지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1940년 8월에 진수했고, 진주만 기습 일주일 뒤인 1941년 12월 16일에 건조를 마친다. 길이 263m, 폭 38.9m, 만재 수량 72,700t에 달하는 말도 안 되는 괴물이었다. 서해 교전 때 침몰한 우리 해군의 참수리가 길이 37m에 만재 수량 170t이니까 몇 배인지 계산해보시라. -ㅅ-
크기도 크기지만 탑재한 함포도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460㎜ 주포는 앞에 여섯 문, 뒤에 세 문, 전부 아홉 문이나 달아 놨다. 포탄 무게만 1.36t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녀석이었다. 말이 460㎜지, 포탄 크기가 46㎝라고 생각해 보시라. 이건 정말 무식한 거다. 감이 잘 안 온다면 나토 기본 탄 구경을 생각하면 될 거다. 우리 군의 주력 소총인 K1이나 K2가 나토 기본 탄 구경인 5.56㎜ 쓴다. 460㎜... 감이 오는가? 그래도 잘 느껴지지 않는 분들을 위해 굳이 뱀 다리를 달자면, 널리 사용되는 총알은 지름이 새끼 손가락만 하다. 야마토 주포는 팔뚝 대여섯 개를 일렬로 늘어 놓은 수준이다. 이 정도면 알겠지. 주포가 그 정도니 부 무장인 155㎜, 127㎜ 포는 장난감으로 보였을 거다.



그러나... 일본은 세상 바뀌는 걸 몰랐다. 바다에서 짱 먹는 건 더 이상 대구경 함포를 달아 놓은 커다란 함정이 아니었다. 항공모함의 시대가 온 것이다. 왜놈들은 세상 바뀐 줄 모르고 야마토 찍어낸 뒤 잠시 즐거웠을 게다. 그러나 이내 세상이 바뀐 걸 알게 된다. 그래서 1번함 야마토, 2번함 무사시까지만 건조하고 3번함 시나노는 제작 중 항공모함으로 구조를 급 변경한다. 커다란 함포 단 무식하리만치 큰 전함으로 설계한 녀석인데 함포고 나발이고 다 떼어낸 뒤 배 위에 급하게 활주로 깔아 항공모함 만든 셈이다. 그나마 활약이나 했으면 모를까, 건조 중에 미군 공격 받아 가라 앉아버렸다. -ㅅ-


아무튼... 야마토는 그 어마어마한 덩치에 어울리는 전과를 올리지 못하고 침몰해버린다. 1945년 4월, 미군이 오키나와에 상륙하자 일본은 급하게 야마토를 내보낸다. 이 때에는 이미 일본 해군 전력이 괴멸된 상태였기에 야마토는 순양함 1척과 구축함 8척만 달고 나간다. 돌아올 연료조차 받지 못했는데 이는 함장과 주 조종실의 일부 장교들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사실상 죽으러 나간 거다. 결국 출항 다음 날인 4월 7일, 미군의 공격을 받아 반동강 나면서 가라앉아버렸다. 3,000명이 넘는 승조원 대부분이 죽고 달랑 269명 살아 남았다.



어마어마한 크기에, 말도 안 되는 주포 달았음에도 이렇다 할 전과도 없이 가라앉아 버린, 어찌 보면 치욕스러운 전투함이지만... 왜놈들에게는 그게 아닌 모양이다. 세계 최강의 전함이라는 비스마르크보다 거대한 녀석이었으니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래도 전과가 없는데... -ㅅ-   아무튼, 왜놈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나보다. 한 때 세계 최대의 전함을 보유했었다는 게 그저 자랑스러울 따름인 모양이다.


그리 하여... 2차 대전에서 죽도 밥도 아닌 설 익은 쌀로 수장되고 만 야마토는 우주를 누비는 전함으로 다시 태어난다.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의 애니메이션 『 우주 전함 야마토 』가 방송된 것이다. 요미우리 TV, 제일방영, 오피스 아카데미에서 공동으로 제작한 『 우주 전함 야마토 』는 1974년 10월 6일부터 1975년 3월 30일까지 방송되었다. 방송 당시에는 후지 TV의 『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에도 시청률 1위를 내주며 고전했지만, 방송 종료 후 사회적으로 야마토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TV 시리즈 두 편이 다시 만들어졌고, 극장판도 다섯 편(옴니버스 포함)이나 만들어졌다. 좋은 자리에서 이 작품을 보기 위해 개봉 전 날 밤부터 극장 앞에서 줄 서는 어른(!)들이 뉴스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애니메이션은 애들만 보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이라는 걱정 어린 시선이 대부분이었에도 불구하고 1980년 3월부터 MBC를 통해 『 날으는 전함 V호 』라는 제목으로 방송이 되었다. 이후 왜색 논란 때문인지 높으신 나리(!)의 지시 때문인지 갑자기 종영되었고, 4년 후 역시 MBC를 통해 『 날으는 우주선 V호 』로 방송되었다. 이후 등장 인물 이름과 함께 『 우주 전함 태극호 』라는 말도 안 되는 제목으로 다시 방송이 되었다. 지금 와서 많이들 하는 얘기지만... 야마토를 태극호로... 이거, 참... -_ㅡ;;;   거북선으로 안 바꿔준 걸 감사해야 하나?


어찌 됐든... 애니메이션은 2199년을 배경으로 한다. 가미라스의 유성 폭탄으로 인해 지구의 바다가 모두 증발해버리고 대기는 방사능에 오염된다. 인류는 지하로 숨어들지만 지구 종말의 시간이 1년도 남지 않았다는 비관적인 예측이 이어진다. 이 때 화성에서 훈련하던 병사가 캡슐을 발견한다. 거기에는 마젤란 성운의 이스칸달 여왕이 보낸 파동 엔진 설계도, 이스칸달의 좌표와 함께 방사능 제거 장치를 가지고 가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이에 인류는 파동 엔진을 탑재한 우주 전함 야마토를 이스칸달로 보내기로 한다.

매 회 우리 편이 고전하다가 결국은 이긴다는 스토리를 즐기는 저 연령층에게는 다소 어려운 작품이었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성인 팬들이 환호했을런지 모른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는 군군주의의 부활이라며 걱정을 했지만 왜놈들에게는 야마토가 지구 구한다는 환장할 스토리를 갖춘 작품이었다.